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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자연미술 초대작가전 서른개 골짜기의 울림Ⅲ- 전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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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께 꽃다발을 드립니다.

야투자연미술의 집에 머물면서 작업하는 동안 전원길은 창문을 통해서 들어오는 햇살에 잠을 깬다. 그는 산골짜기로 나있는 길을 따라 걷는다. 이름 모를 꽃들이 그의 시선을 끈다.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가만히 다가가 살며시 꽃을 바쳐 들어 본다. 여기서도 저기서도 마치 저요! 저요! 들꽃들의 아우성이 들리는 듯하다. 길이 끝나는 곳까지 걸어 올라가면서 만난 이름 모를 꽃들과 풀잎들이 수 십 종이다. 그는 그의 삶의 기억이 고스란히 담겨있을 손을 내밀어 한 컷의 사진을 찍는다.

전원길은 창틀에 거울을 끼워 정원 한 가운데 세웠다. 작품을 보기위해서 사람들은 반듯이 자신의 얼굴을 거울 속에 비추어야 한다. 창문을 열면 사진 속에는 얼굴이 흐릿하여 누구인지 알 수없는 사람이 서있다. 익명의 그 사람은 한 아름의 꽃을 보는 사람들에게 선사한다. 또 하나의 문을 열면 마침내 창문 너머 바람이 흐르는 현실을 본다. 아마 마주 보는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게 될 수도 있다. 창을 다시 닫으면 관객은 다시 자신의 얼굴을 본다.

전원길의 작품은 관객들을 단번에 작품 안으로 이동시킨다. 마침내 만나게 되는 사진 속사람은 전원길 자신이다. 그는 사진속의 얼굴을 흐릿하게 만드는 사진의 기법을 통하여 혹은 꽃과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는 행위를 통해 자신을 지워내고 그 대신 자연을 관객들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전원길은 이어지는 두개의 프로젝트를 통해 그의 몸 즉 손으로 자연과 접촉하고, 그 꽃들과 손을 통해 다시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이야기 하고 있다. 자연과 만나기 위해서는 아마도 우리는 인간이라는 이름을 내려놔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