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이번년도 비엔날레 행사의 주제입니다.
2024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는 ‘숲속의 은신처 II’라는 주제를 안고 자연으로 들어가 은신처라고 하는 셸터(Shelter) 본연의 ‘자연 속 위상’을 성찰한다. 셸터는 구석기 유목주의 시대에 추위와 폭염을 피하고 야수의 위협으로부터 자기 몸을 지켰던 동굴과 같은 ‘발견된 셸터’로부터 신석기 정주의 시대에 움막, 집과 같은 ‘만든 셸터’, 그리고 청동기 문명의 시대에 성벽으로 둘러싸인 마을, 국가와 같은 ‘확장하는 셸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 왔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도, ‘감쌈의 공간’이라고 하는 셸터 본유의 의미는 프랑스 철학자 바슐라르(Gaston Bachelard)가 해석하는 ‘요나 콤플렉스(Jonah Complex)’라는 은유의 공간으로 자리한다. 그것은 바슐라르가 ‘조개, 구석, 서랍, 장롱, 집’과 같은 ‘감쌈의 공간’이 전하는 안온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를 설명하는 메타포이다. 구약성서의 등장인물인 ‘요나가 거주했던 고래 배 속’처럼 사방을 둘러싼 공간은 마치 우리가 태아로 있었던 ‘어머니의 자궁’처럼 안온하고 편안하다. 셸터의 ‘감쌈의 공간’은 어머니 자궁과 같은 최초의 공간에서 무덤과 같은 최후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삶과 함께한다.
이번 비엔날레는 기후 온난화와 대재난 등 환경 위기의 시대에, ‘숲속’에 ‘셸터’라는 ‘또 다른 유형의 자연미술’을 구축함으로써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생태적 환경이 무엇인지를 되묻고 진지하게 성찰한다. 비엔날레는 이 주제를 구현하기 위해서 먼저 숲을 커다란 셸터로 설정한다. 인간과 동식물이 자연이라는 커다란 품 안에서 공존했던 원시향(源始鄕)을 큰 그릇으로 소환한 셈이다.
참여 예술가들은 숲속에서 저마다 ‘자연이라는 생태계 위에 예술로 다시 짓는 셸터’를 통해 ‘자연 속 인간’과, ‘자연-예술-인간의 관계 회복’에 대해 성찰한다. 어떤 이들은 자연의 풍광 자체를 셸터로 시각화하거나 또 어떤 이들은 동식물, 인간, 구조물의 형상을 셸터로 만들기도 한다. 출품 작품들은 짚, 흙, 테라코타, 돌과 같은 자연 재료를 중심으로 인공적인 재료 일부가 혼성되어 있다. 참여 작가들은 이러한 재료를, 매듭, 접착, 집적과 같은 방식으로 서로 만나게 하고, 빛, 색, 소리, 냄새를 통해 연미산자연미술공원을 찾는 관객의 오감에 호소하는 ‘숲속의 은신처’를 선보인다. 이러한 차원에서 우리는 이번 비엔날레를 자연이라는 생태계에 ‘예술로 다시 짓는 셸터’ 또는 ‘자연과 공존하는 셸터’라고 소개할 만하다.
김성호(미술평론가, Sung-Ho KIM)